< Reboot > solo exhibition 

- 2023. 4. 26(수) ~ 5. 14(일)/공간독립, 대구 
 Reboot : 몬스터의 새로운 탄생                    

컴퓨터의 재시동을 뜻하는 단어 ‘리부트’(reboot)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창작 분야에서도 흔히 쓰인 다.시리즈작품이한계에부딪힐때고수하던연속 성을끊고세계관이나설정을유지한채새로만드는 것을 리부트라 한다. 이재호의 개인전《reboot》는 그가 수년간 구축해 온 몬스터의 리부트를 보여주는 전시로 여러 시도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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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몬스터 연작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는 통념적인 것에서 벗어난 존재나 사회에서 다르다 고 인식되어 격리되고 외면받는 사람들을 대변해 몬 스터로 창조했다. 그의 몬스터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기괴함, 위협, 공포와는 거리가 멀다. 장지 에흑백으로한올한올그려진털과관람객을응시 하는 온순한 눈동자는 기묘하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데,그근간엔누구나한번쯤겪었을두려움,외 로움, 소외에 대한 동질감이 내재되어 있다.   
작가는 몬스터의 추상적 세계를 꾸준히 확장했다. 하지만 확장이 임계점에 도달하자 넓어진 몬스터의 세계와 양식화된 창작 방식은 작가에게 매너리즘을 유발했고, 몬스터 주체의 모호함은 소재의 한계를 동 반했다. 작가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과거 몬스터를 유지한 채 추상적 세계를 구체화하는 여러 시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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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몬스터는 보통명사로 존재했다. 소외된 이들, 결 핍의 존재와 같이 구체화하지 않은 주체들의 집합체이다. 작가는 추상적인 몬스터를 명료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스 신 화를 빌려와 개별의 몬스터를 고유명사로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선 디오니소스를 중심으로 구성한 세계를 제시한다. 신화 속 신의 개념을 몬스터화 시키면서 디오니소스의 솔방 울 지팡이는 꼬리로 변했고, 타고 다니는 표범은 몬스터와 결합했다. 그를 따르는 추종자뿐만 아니라 디오니소스의 탄 생 서사 속 제우스(Zeus)와 세멜레(Semele)의 모습도 몬 스터로 변형되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성격을 대변하는 ‘광기’는 펜테우스(Pentheus)와 리쿠르고스(Lycurgus)의 서사로 풀어냈는데, 작가는 이를 ‘광기의 방’이라 명명한다. 정면에 벽화로 그려진 넝쿨 위엔 디오니소스를 비아냥거리 다 형벌을 받는 리쿠르고스를 배치했고, 맞은편엔 디오니소 스를부정한대가로고통을받고있는펜테우스가있다.신 화속서사를회화로변환하는방식은이전의몬스터의서 사와 확연히 다르다. 명확하게 묘사되어 있는 신들의 특징 을 통해 몬스터의 외형을 구체화하고, 그리스 신화의 방대 함은 리부트 한 몬스터세계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재료의 변화도 있다. 동양의 전통재료인 한지에서 캔버 스로, 흑백의 아크릴에서 다양한 색채의 유화로 바뀌었다. 안료의 변화로 붓 또한 바뀌게 되고 기법에서도 이전과는 다른양상을보인다.가는선을그리던세필에서면으로그 리는유화붓은질감이강조되고한지에선표현할수없었 던 물감의 두께감이 생겨났다. 물성의 변화는 화면 표면의 상태뿐만 아니라 회화가 풍기는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이전 몬스터 연작은 몬스터를 둘러싼 흑백의 숲, 나무 등의 자연물이 동양의 미지 세계를 연상하게 했다면, 리부팅 된 세계는 그리스 신화와 더불어 재료와 색의 변화로 서양의 전설 속 풍경의 분위기 자아낸다.에스키스를 완성시킨 후 다시 큰 화면에 옮겨 그려내는 이전의 작업 방식은 높은 완성도를 보장하지만 우연이나 즉흥적인 붓질의 행위를 제한하고,작가의 상상만으로 무(無)에서 만들어낸 몬스터는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매번 새로움을 찾아야 한다는 고통을 동반했다. 작가는 이런 과정 속 느끼는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궁극적으론 창작의 지속을 위해 리부트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는 창작의 결과이기보다 새로운 몬스터 세계의 시작이며 과정이다.《reboot》를 시작으로 이재호의 몬스터는 연쇄적인 그리스 신화처럼 새로운 차원이 쌓여 증폭될 것이다. 글_김민지